인문학/책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Retyper 2022. 8. 15. 00:11

 

 

[전자책]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 지적대화를 위한 30분 고전 05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고전 길잡이 br/지적 대화를 위한 30분 고전 시리즈 05br/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br/br/《유토피아》는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여행하다 들렀던 ‘유토피아’라는 나라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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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좋은 곳(eu + topos). 그러나 어디에도 없는 곳(ou + topos). 유토피아utopia.

 

내용보다는 소재 자체가 흥미로운 책

보통 책을 읽으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나 직접적으로 하고싶은 말,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통찰이 길게 남는 경우가 많지만 유토피아라는 책은 그 소재 자체로 부터 '자신만의 이상향이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해볼 수 있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토마스모어가 살았던 15세기, 16세기 영국의 생활 상 속에서 불평등하고 처참한 현실을 보고 그가 그려보았던 이상향과 당시 사회를 비판하던 내용이 들어있다.

 

사진2. 암브로시우스 홀바인의&nbsp; 목판화가 실린 1518년 판 《유토피아(Utopia)》. 여행자 라파엘 히슬로데이가 경청자를 위해 왼손을 들어올려&nbsp; 유토피아 섬의 약도를 그리며 설명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 지적대화를 위한 30분 고전]

요약 본인 책이기에 유토피아 본문을 전부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신만의 합리적인 이상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읽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또, 파편적으로 토마스 모어가 생각한 이상향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를 발휘해 보며 개선점과 그 여파에 대해 사유해 보는 것도 좋은 접근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 되어있다.

 

1부 토마스 모어가 살던 시대상

2부 1장 모어와 페터 힐레스, 라파엘의 대화

2부 2장, 3장 유토피아 이야기

3부 저자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의 문제점

 

모어의 ≪유토피아≫는 1, 2권으로 구성된다. 제1권은 현실비판, 제2권은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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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토마스 모어. - 한스 홀바인 작, 1527년

 

사유재산이 없는 이상한 섬나라

토마스모어가 바라본 사회의 모든 문제의 근원은 아무래도 사유재산의 존재 그 자체였던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 부유층들이 부를 독점하여 없는 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었고 축적된 부 그 자체만으로도 부를 끌어모으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함께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이 지속된다. 어딘가에선 남아돌아서 다버리고 어딘가에서는 굶어 죽는 모습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사회를 보면서 사회 전체의 약속을 통해 사유재산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면 공평하게 나누어 함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던것 같다. 모두가 한 번 쯤은 생각해봤던 것이지만 내 생각에는 사유재산이 없어져도 인간의 욕망마저 자연스럽게 없어지지는 않을 듯 하다. 오늘 하는 일을 죽을때 까지 지속해야 함께 살아가는 사회, 운 좋으면 건물주 같은 것이 되어 평생 일하지 않고 밥먹을 수 있는 사회. 물론 전자의 노동시간은 하루 6시간으로 약하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 두 조건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전자를 선택 할 수 있었을까?

사유재산이 없는 유토피아에서는 집 대문의 잠금장치도 없다. 절도의 위험 뿐만 아니라 강도상해, 야생동물 침입 같은 다른 위협 마저도 없는 나라라면 가능할 듯 하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일도, 채무를 독촉받을 일도, 먹을게 없어 남에 집에 몰래 들어가는것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이상적인 유토피아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시작된 르네상스가 널리 퍼진 시대에 유토피아도 쓰여졌다. 그 때문에 토마스모어도 인간의 본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고, 이런 관점이 유토피아에 반영되었으리라.  

 

유토피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선한 일을 행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은 도덕적이지 못하므로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습니다.

 

위 내용에서 보면, 유토피아 사람들의 천성을 미리 정의하여 실제 인간의 쾌락중 일부를 거세한 사람들만이 유토피아에 사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에게 최상의 가치는 (토마스 모어가 정의한)선한일을 하는 것이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자연의법칙(순리를 뜻하는 것 같다)을 거스르는 것은 덜 가치있는 것으로 본다. 나쁜 것이라고는 하지 않은 듯 하다. 그도 그렇듯이 사회가 살다보면 누군가는 피해를 입고 순리를 거슬러야 할 수도 있다. 형벌이나 전쟁이 그 예이겠다. 

또, 유토피아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평일 하루 여섯시간 씩만 일한다. 그리고 해떨어진 저녁 8시면 잠에든다. 그 외의 자유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공부를 한다. 매일아침 여러가지 강의가 열리고 습관처럼 수강한다. 오락도 하고 악기연주도 하지만 도박은 하지 않는다. 토마스모어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공통적으로 6시간씩 자기일을 한다면 사회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자원들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그게 가능한지 생각하기 이전에 그걸 따를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가능한지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행복에 대해서 유토피아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한다. 생명과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과 생전 행한 일로 사후에 보상이나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종교적인 색채도 짙게 깔려있는 유토피아에서는 모든 종교를 수용하지만 모든 신은 이름이 다른 유일신 '미트라스'로 통한다는 믿음이 있다. 하나로 이어지는 신앙이 유토피아 사람들을 연결하는 또다른 주요한 설치물인 것이다. 법적으로 타인과 다른 생명을 해하는 일을 세분화 하여 규제하는 것이 아닌 신앙과 천성으로 자연스럽게 통제되어 함부로 살생하는 일이 없고 술담배나 약에 탐닉하는 일도 없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며 돋보일 필요도 없어 화장도 하지 않는다.

 

 

행정시스템

30가구 단위로 지역담당관과 10개지역구 단위로 상원의원뽑음. 도시마다 200명의 지역담당관(20명의 상원의원) 도시는 54개(한국은 85개시). 시장은 시민들이 뽑은 4명의 후보중 한명을 비밀투표로 뽑는다고 하는데 4명 후보도 시민이 투표하고 최종 한명도 시민투표를 하는건지 이 책에서는 정확히 기술 되어있지 않다. 상원의원은 매년 새로 선출되지만 보통 바뀌지 않는다고 하고 지역 담당관의 임기는 1년. 30가구에서 1명나오는거기에 연임이 불가하다면 골고루 돌아가며 할 수 있다. 상원의원들은 사흘에 한번 꼴로 회의를 열어 지역담당관 두명을 참석시키는데 매 회의마다 다른 지역을 부르기 때문에 200명을 1년에 한번씩 하여 대강 한바퀴를 돌 수 있다. 회의 안건이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면 반드시 3일동인 토론후 최종결론 한다는 규칙이 있다고 하고 반드시 공식 회의장에서 논의해야 하는 엄한 규칙이 있다고 한다. 중요한 안건을 뒤에서 다루지 못하게 하는 규칙. 지역담당관 역할중 하나는 이런 사안을 담당 가구 모든 사람들한테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것. 유토피아에서는 정치참여율이 거의 100퍼센트의 시스템이기에 이러한 형태가 가능해 보인다. 또 다른 지역담당관의 주 업무는 사람들이 빈둥거리지 않고 자기일을 열심히 하도록 감독하는 것이다. 여행도 마음대로 갈수 없고 주변사람들도 각자의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지켜본다. 

 

 

사회주의적인 공동생산, 평등분배

공동생산을 위해 유토피아에서는 모든 도시민에게 2년간 의무적 농촌 농사부역을 지게 한다.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공멸하는게 역사속에서 보아온 실존하는 사회주의의 모습이지만 유토피아에서는 그렇지 않다. 농업 교육은 기초교과이고 모든사람들은 농사 외에도 특수한 기술을 배운다. 사치스러운 것도 싫어하기 때문에 모두 같은 옷을 스스로 지어 입고 같은 구조의 집에서 산다. 심지어 두가지 일의 전문가라면 사회가 더 필요로 하는 직업으로 선택을 통제당한다. (얼핏보면 디스토피아에 가까움. 모든 도시가 똑같이 생겼고 여행이 자유롭지 않으며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구조의 집에 산다. 흡사 인간이 스스로를 사육하는 인간 사육장..?)

 

 

식민지와 노예제는 적법하다

도시마다 인구가 초과되거나 부족해지면 강제로 옮긴다. 가구마다 사는 성인의 수도 10~15명으로 제한되어있다. 이러다가 유토피아 섬 전체 인구가 너무 많아지면 섬에서 가까운 땅에 식민지를 만들어 개척한다. 이 당시 영국에서 합리화되고 있는 식민주의에 대해 토마스모어는 적극 동의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동의하지 않는 것 자체가 역적으로 몰리겠지만, 이상향을 그린 허구의 국가에도 그는 식민주의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유토피아에는 노예도 존재하며 귀금속으로 된 사슬에 묶에 중노동, 백정, 파출부등의 일을 한다. 다만 모든것이 풍요로운 유토피아 이기에 그 삶도 윤택하다. 시민들과 거의 똑같이 정중한 대접을 받고 심지어 타국에서 노예로 자처하여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성범죄자나 다른 중범죄자들 마저 이렇게 좋은 대접을 받으며 사는건가 생각이 들지만 유토피아는 사형제도도 있고 초범이 아닌경우 추방, 사형등 강력하게 다룬다. 이미 그런 중범죄자들은 죽거나 쫒겨났으며 노예로 복역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만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노예를 자처한 외국인이 다시 다른나라로 가고자 한다면 자유롭게 보내주며 퇴직금까지 쥐어준다.

 

 

결혼제도는 가톨릭적? 주관적?

혼전 성관계는 절대 금지, 걸리면 처벌받고 시강이 용서하지 않을경우 평생 독신살이. 책임자 또한 감독소홀로 공개비난 당한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 아니랄까봐 역시나 결혼은 '평생 한 사람과 모든 불편을 참고 견디어 나가는것' 이라고 못박았다. 다행히?이혼이 가능하긴 한데 양쪽 다 다른 배우자를 맞고 싶을때 합의이혼 가능하긴 하지만 좀처럼 받기 힘들다는건 거의 안해준다고 봐야한다. 간통은 한번 걸리면 강제노역 행이고 두번 걸리면 사형이다.

 

 

오히려 파격적인 종교관

유일신 미트라스만 믿기만 한다면 다른 종교를 어떻게 믿건 상관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개종시키고 싶다면 합리적이고 평화롭게 대화하면 되지만 함부로 남의 종교를 비난하면 추방당하거나 노예가 된다. 다만, 신이 없다고 주장하거나 영혼이 없다거나 하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 즉, 니체같은 사람들은 입구밴이라는 얘기. 성직자는 의원처럼 선출제이다. 주민전체 투표로 뽑고 한 도시에 13명이다. 교회도 있지만 동상, 십자가 등 종교적 상징물이 없다. 설교도 모든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가르치는 내용만한다. 오히려 종교에 대해서는 무척 관대하게 열어둔 모어였다.

 

 

한 가지 현실에서도 도입하면 좋을 법한 사례

유토피아에서는 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많이 한 사람들의 동상을 시장에 세운다고 한다. 큰 업적을 세운 죽은사람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중 이 사회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의 동상을 세워 모두가 보게끔 하는 제도는 무척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은 사유 재산이 있는 사회

부자들은 자기 돈으로 하루에 10끼씩 먹고다니진 않는다. 빈민을 구제할 새로운 뭔가를 도입하거나 창조해내기도 한다. 고효율 농기구나 비료도 돈 벌어서 부자가되고 싶은 사람이 기업을 만들고 은행과 부자들에게 투자를 받아서 만든다. 사실상 인간 본성에 있는 탐욕을 영리하게 이용한 시스템이다. 탐욕이야말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상적인 상황에서의 얘기지만). 막아야 할 건 싸구려 제품을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사기꾼들이고 끝도없는 싸움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사유재산의 최대치를 한정하는 것은 어떨까? 근데 이럴경우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을 만들어 우주시대를 여는 것은 꿈도 못꿨을 것이다.)

 

 

6시간씩의 가내수공업 만으로 생산한 것들을 분배하면 모두에게 돌아갈 정도로 충분한 양이 될까?

그들이 먹는 쌀, 고기는 흙에서, 비료에서, 날씨를 아는 데에서, 농기구에서, 병충해 방지에서, 수의사에게서,  약물에서, 도축시설에서, 위생에서 유통에서, 경매에서, 등등등. 이런 거대한 시스템은 한사람이 돌릴수가 없다. 각각의 위치에서 사람들을 일하게 만드는 방법은? 자기가 그 부분의 일을 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을 사 수 있게 주는 교환가능한 재화 아닐까. 양털 깎는 일을 해도 쌀을 먹을 수 있게 교환해 주는 돈. 돈 대신 다른걸로 약속한다면 그게 뭐가 있는냐. 지금으로선 없지만 생각해볼만 할 듯 하다.  대규모 전산 시스템에서 노동을 점수로 환원하는 것도 미래에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일수록 점수가 낮고 변호사나 의사처럼 십수년을 투자해야 할 정도로 난이도와 책임이 높은 일이라면 노동점수도 높을 듯(사회기여도). 근데 그게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면 지금으로서는 자본주의 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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