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책

<기억의 뇌과학>

Retyper 2023. 6. 17. 00:13
 

기억의 뇌과학 | 리사 제노바 - 교보문고

기억의 뇌과학 | 『스틸 앨리스』의 저자,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가 들려주는 불완전하고도 경이로운 인간 기억의 비밀주차 장소, 지인의 이름, 하려던 말 등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서 가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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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기억은 나의 전부일까?

 

 

전문지식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기억에 대한 과학자의 설명

지금까지 막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기억의 작동방식과 종류에 대해 전문지식없이도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아쉬운 점은 조금의 전문지식이 더 들어가더라도 기억의 본질과 원리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설명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누군가와 기억에 대해서 얘기할 때 이러이러한 원리로 인해 기억이 저장되고 회상된다 라는 정도의 말은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는 '이 책을 쓴 신경과학자가 그렇게 말했어' 라고 권위에 의존하여 주장을 뒷받침 하게 될 것같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얻은 지식들은 스스로를 돌아봤을때 납득할만한 연구결과들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현실적이고 공감이 갔다. 여기서 얻은 지식을 오래 '기억' 하고자 포스트로 남겨둔다.

 

 

이 책을 읽으면 얻게 되는 것

기억의 작동방식, 힘, 잠재력, 약점을 이해하고, 허술한 기억으로 인해 무기력하게 되지 않게된다. 그리고 나아가 기억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기억하고 덜 잊어버리게 된다.

 

 

기억은 신경세포 집단의 신경망 형태로 머릿속에 존재하는 물리적 실체다. - 기억의 뇌과학 -

 

 

사진2. 기억에 관하여

 

기억에 관한 오해

1. 잊어버리는 당신은 바보가 아니다 : 잊으면 안 되는 정말 중요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잊어버리는 스스로를 보면서 "왜 이렇게 머리가 나쁘지?" "진짜 바보 아닌가?" 하며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저자는 250만 달러짜리 첼로도 택시에 놓고 내려버리는 첼리스트와 30센치짜리 외과수술도구도 환자 몸속에서 빼는걸 잊어버리고 봉합해버리는(8년간 772건) 의사들의 예를 들어주면서 독자들을 안심시킨다. 

2. 신경세포는 한 번 죽으면 끝이다?, 20살 이후로 뇌 신경세포는 계속 죽기만 한다? : 이런 주장은 이미 1990년대에 거짓으로 판명났다고 한다. 신경생성은 평생 뇌의 여러 부위에서 계속 발생하고 이를 방해하는 행위를 줄이고 촉진하는 행위를 많이 할수록 생장이 달라진다. 심지어 더 커지기도 한다.

3. 집중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못한다 : 개별 정보들을 패턴으로 연결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인지(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와 주의집중이다. 먼저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차려야 하고 주의를 기울여 받아들여야한다. 대충 영어단어 틀어두고자면 무의식적으로 기억하겠지, 귀에 연필 꽃았으니 안 잊어버리겠지, 1층에 주차했으니까 됐겠지 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 기억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4. 아 그거 뭐였지 라는 설단현상(혀끝에 맴도는)이 생길때는 검색하면 된다 : 사소한 것이라도 잊어버릴까봐 적어두는 습관을 갖거나 아는 단어인데도 입밖으로 나오지 않아 검색해보는 것은 기억력이 나쁜 사람이 하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현명한 판단이다. 고통스럽게 머리속을 뒤지고 메모하는 대신 어떻게든 한번에 암기하려고 노력해도 기억력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기억이 저장되는 형식

기억은 창고에있는 서류처럼 독립적으로 신경세포 하나에 어떤 물질로서 달랑 저장되는게 아니라고 한다. 기억은 뇌 속 신경세포들 사이에 일어나는 특정한 신호 패턴이다. 초등학교 졸업식의 기억을 회상할때와 중학교 입학식의 기억을 회상할때 우리 뇌의 신경 신호들의 패턴이 서로 다르면서도 일정하게 흐르는데, 이 역동적인 과정이 기억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추상적인게 아니라 실제로 뇌가 물리적으로 영구적인 변화를 겪어야 그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마치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받아들였다.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

새 기억이 생길때 뇌가 겪는 변화가 그 기억을 만든다.

1. 부호화 encoding : 식사를 한다고 치면 첫 번째로 감각기관을 통해 모양, 맛, 냄새, 감정, 상황등을 인지한다. 개별적인 경험들이 생기는데 만약 이 단계까지만 진행되고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금새 잊혀진다. 

2. 강화 consolidation : 서로 무관하게 일어났던 신경활동들이 세포들간의 연결 구조가 변하면서 하나의 패턴으로 연결된다. 이 단계에서도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3. 저장 storage : 새로 형성된 신경회로가 영구적인 구조변화와 화학변화를 겪으면서 더 오래 지속된다.

4. 인출 retrieval : 마지막으로 연결된 패턴들을 다시 활성화 할때마다 회상하고 인지하게 된다. 기억의 일부가 자극을 받아 기억회로의 활성화를 촉발할때 일어난다. 자극이 많을수록 활성도 많아지고, 여기까지 진행된다면 확실한 장기기억이된다.

 

 

기억의 종류

작업기억 : 전전두피질에서 30초 정도 후면 사라지는 최초의 기억.

의미기억 : 지구는 둥글다, 해는 동쪽에서 뜬다와 같은 단편적인 정보를 담은 장기기억. (해마를 통해 강화됨)

근육기억 : 자전거타는법, 스키타는법 등 행동으로 기억되는 장기기억. (기저핵에서 연결됨)

일화기억 : 서술기억, 명시적 기억. 지난주에 결혼식을 갔다온 기억 등 장소와 시간에 묶인 과거의 경험에 대한 장기기억. (해마를 통해 강화됨)

섬광기억 : 일화기억중에서도 충격적이고 굉장히 의미 있으면서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험들은 섬광기억이 된다. 아주 충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잘못 기억되기도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정보로 덮어씌워지기도 한다.

미래기억 :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해 계획해놓는 기억이다. 경험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제일 잊어버리기 쉽다. 꼭 적어두거나 알람을 맞추거나 핸드폰 캘린더에 넣어서 반드시 되새길 포인트를 만들어 두는게 중요하다.

 

 

 

사진3. 해마 닮은 해마

 

 

해마 Hippocampus

뇌의 가장 깊은곳에 있는 해마라고 불리는 조직은 장기기억을 만드는데 거의 전적인 역할을 한다. 뇌의 여러부분에 흩어져 있는 개별정보들을 한데모아 나중에 한번에 뭉탱이로 불러오도록 베를 짜듯 조합해낸다. 해당 기억에 관여하는 특정부위들을 반복해서 활성화 하고, 만들어진 기억은 별도로 저장소에 이동하는게 아니라 최초 경험을 접수한 뇌의 각 부위로 분배된다(인지나 운동은 담당부위가 정해져 있지만 기억전담 세포는 따로 없다). 손도 없이 이런일이 가능하다는게 놀랍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리기 때문에 충분히 주의를 집중하지 않거나 중간에 방해를 받으면 교란이 일어나 제대로 기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수술을 통해 해마를 절제한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수술 이후 의미를 가지는 어떤 사건도 기억하지 못했으며 십수년간 만나온 의사를 만날때마다 처음본 사람처럼 인사했다고 한다. 알츠하이머가 공격을 시작하는곳도 이 해마라고 한다. 흔하게 일어나는 "내가 뭐하러 거실에 왔지?" "방금 뭘 검색하려 했더라?" "방금 이 길을 어떻게 운전해왔지?" 라는 정상적인 건망증이 아니라 눈앞에 자기 차를 두고 "집에 어떻게 가지?"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된다.

 

 

전전두피질 Prefrontal cortex

15~30초면 휘발되버리지만 우리가 인지하는 정보들은 최초로 전전두피질에서 기억된다. 이를 작업기억working memory 라 한다. 장기기억은 여기에 머무를수 없다. 작업기억은 항상 가동중이며 지금 읽은 글의 핵심의미 등을 기억하게 해서 매끄럽게 대상을 이해하게 만든다. 선입선출구조이기 때문에 먼저 들어온 정보는 나중에 들어온 정보보다 빨리 잊혀진다. 해마를 절제한 사람이더라도 방금 만난 사람이나 들은 얘기를 기억하고 대화할수 있는데 이것이 해마가 아닌 다른곳에서 작업기억이 저장된다는 증거이다. 단, 용량이 너무 작아 한번에 기억할수 있는 것은 5개에서 9개의 정보밖에 없다. 여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단어를 다시보느라 이전 내용을 잊어버리고 문장 통째로 다시 읽게된다.

 

 

사진4.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려면

 

 

기억을 다루는 방법

1.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결코 기억하지 못한다 : 집중해서 살피고 기억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어떤 감각도 장기기억화 되지 않는다. 기억하고 싶은게 있다면 첫번째로 집중해야 한다.

2.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최소화 하면 기억력이 향상된다 : 음악을 틀면서 공부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공부하면 장기기억 저장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3. 반복을 통해 뇌를 변화시켜라 : 무엇이든 반복하면 뇌는 달라지고 물리적으로도 커진다. 충분히 훈련하면 운동피질내 신경연결을 바꿀 수 있고 처음에는 말도안되게 불가능해보였던 것들도 아주 쉽게 할 수 있게 된다. 해보면 별거 아니다.

4. 기억의 간격효과를 이용하라 : 같은시간을 공부한다면 조금씩 나눠서 외우는 편이 벼락치기보다 유리하다. 해마에서 완전히 강화될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준다.

5. 스스로 묻고 답하라 : 어떤 사실을 외웠다면 거꾸로 그 사실을 기억하기 위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해야한다. 이렇게 정보 인출(4단계)을 반복하며 기억을 강화하는것이다.

6. 정보에 의미를 부여해라 : 독립적인 사실들로만 이해하는게 아니라 그 정보들이 가진 실질적의미들을 생각하면서 암기하면 훨씬더 효과적으로 외울수 있다.

7. 다양한 것에 관심을 품고 의미를 부여하라 : 6번과 이어지는내용인데, 우리의 뇌는 지루하거나 무의미한 것들은 알려고하지 않는다. 관심사가 좁을수록 의미있는것도 적어지고 장기기억화 하기 어려워진다.

8. 일기를 써라 : 기록은 아주 훌륭한 수단으로, 소중한 일상의 행복을 오래도록 회고적으로  느끼고 싶다면 일기를 쓴뒤 다시읽는게 현명한 방법이 된다.

9. 나쁜 기억을 잊고싶다면 절대 되뇌이지마라 : 반복의 효과는 어떤기억이든 강화시킨다. 잊고싶은 기억을 능동적으로 잊으려면 그 생각이 들때마다 완전히 다른 것이나 현재 눈앞에 있는 것에 주의를 집중하라. 기억은 내버려둘수록 약해지고 잊혀진다. 그래도 떠오른다면 지속적으로 떠올리면서 변화를 가해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덧씌울수도 있다.

10. 내 기억은 틀렸을수 있다 : 일화기억은 왜곡, 첨가, 누락, 윤색, 상상으로 변질되기 무척 쉽다. 한번 저장된 기억은 얼마든지 바뀔수 있고, 장기기억은 저장단계마다 편집, 왜곡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불완전한 일화기억을 완전히 믿어선 안된다. 좋았던 기억을 더 환상적으로 행복하게 기억할수도 있고 별로였던 기억을 끔찍한 악몽처럼 기억할수도 있다. 실제로 그러했던 피험자들의 사례가 책에서도 소개된다.  

11. 미래기억에 대한 단서를 남겨라 : 생사가 걸린 일이어도 우리는 잊어버릴 수 있다. 바보 멍청이여서가 아니라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거나 기억을 촉발할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일이어도 핸드폰 알람을 설정해 두거나 폰 캘린더에 적어 반드시 되새길수 있게 되는 장치를 이용하자.

12. 학습과 회상이 같은 조건하에서 더 정확히 기억한다 : 기억이 될때 우리가 받아들인 환경과 상태의 정보들이 함께 맥락을 이뤄 저장된다. 공부를 해서 시험을 본다면 공부할때 조성되었던 환경과 상태를 비슷하게 시험장에서 조성할경우 더 많이 기억을 부를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기분을 느끼는 사건을 나중에 겪었을때 이전에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르는것은 이것 때문이다.

13. 적절한 스트레스는 기억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거나 오래가면 맹독이된다 : 시험볼때 첫문제가 눈에 안 들어 오면서 머리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해봤다면 극심한 스트레스가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스트레스원인이 지금 없어도 상상만으로 스트레스는 유발될 수 있다. 잠깐 짧게 나타나는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에 한정하여 기억 강화를 촉진하긴 하지만 기억하는 세부정보를 축소시키고 이미 저장되어있는 기억을 불러오는것을 차단한다. 마치 포물선 모양의 그래프로 스트레스와 기억력 향상을 설명하는데,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효과적으로 기억력이 향상되는지 안다면 큰 도움이 될것이다. 다만 극심하거나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반드시 피해야한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전전두엽을 제한해 사고능력을 떨어뜨리고 해마의 신경세포마저 줄여버린다. 요가, 명상, 식습관변화,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에 둔감해지자.

14. 명상과 운동 : 8주동한 하루 30분씩 매일 명상을 한 사람과 규칙적으로 운동한 사람들 해마는 명상을 하기 전보다 눈에 띄게 커졌다고 한다. 반면, 하지 않은 동일연령의 사람의 해마는 크기변화가 없었다.

15. 7-9시간의 잠 : 사실 다른 어떤것보다도 중요한게 충분한 수면이다. 뇌세포들은 피가 직접 닿지 않아서 영양분 공급과 노폐물 청소가 용이하지 않다. 잠을 잘때 이 과정이 진행된다. 또한 깨어있는동안 학습한것이 잠자는동안 다시 활성화 된다. "남들이 잠자며 꿈꿀 시간에 나는 꿈을 향해 전진했다"라는식의 성공담은 뇌과학적으로는 끔찍한 괴담이다. 책에서 수면과 기억의 연관성에 관한 실험 자료도 있으며 불충분한 수면은 만병의 원인이 되기 딱좋다.

 

 

알츠하이머에 저항하는 법

아마 가장 걸리기 싫은 병이 아닐까 싶다.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지만 순전히 유전적요인만으로 조기발현치매에 걸리는 경우는 2%뿐이라고 하니 최대한 저항하며 살아보자. 피아노를 배우고, 새 친구를 사귀고, 안가본 도시로 여행을 하는 등 감정, 감각, 기분등을 다양하게 자극하는 경험을 하면서 시냅스의 인지적 비축분을 많이 만들어 두자! 퇴적물이 많이 쌓인 뇌 일지라도 이런 신경세포의 우회경로들을 많이 만들어두면 치매증상 없이 살다가 갈 수 있다!  또 녹색채소, 밝은색베리, 견과, 올리브오일, 통곡물, 콩, 생선 많이 먹고 수면의 질을 방해하는 술을 멀리하자. 햇빛을 자주 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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