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화학

산소 마스크 없는 배양캡슐액의 정체, 퍼플루오린화탄소

Retyper 2022. 11. 26. 15:44

 

"카카로트...!"
- 애니 <드래곤볼 Z - 다시 태어난 전설의 슈퍼사이어인> 배양캡슐액에서 나와 손오공을 찾는 브로리 -

 

 

사진1. 신생아때 옆자리 카카로트가 하도 울어재껴서 복수하겠다고 다짐한 전설의 초사이어인 브로리.

 

 

물 속에서 어떻게 숨을 쉬지?

영화 <매트릭스>를 포함한 수많은 생명과학이 접목된 미디어에서 어떤 캡슐에 고등 생명체를 배양하거나 사람을 치료하는 모습이 나온다. 어떤 영상에서는 산소마스크를 채워서 액체가 담긴 캡슐에 넣는 영상이 있는가 하면, <드래곤볼> 과 같은 애니에서는 액체에 폐를 그대로 노출 시켜 담가 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릴 때 그런 영상을 보면 항상 "어떻게 물속에서 숨을 쉬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번은 세면대에 물을 받아 놓고 코로 한번 빨아들여서 폐에만 안 들어가게도 해보곤 했는데 코아프고 눈물나고 기침하고 다시는 하지말아야지 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코에 조금만 들어가도 참기 힘든데 어떻게 물속에서 숨을 쉬는게 가능한걸까? 산소를 잔뜩 집어넣으면 될까? 아니면 그저 영화나 애니 속에서만 가능한걸까?

 

 

사진2. 사람은 물속에서 태어났지만 장비없이 평범한 물 속에서 폐로 숨쉴 수 없다.

 

 

수중호흡을 가능하게 하는 액체

고등학교 교과서에 잠깐 소개된 적이 있는 부분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플루오린과 탄소의 결합만으로 만들어진 물질을 플루오린화탄소{(per)fluorocarbon} 라고 한다. 탄소는 다른 원자와 결합할 수 있는 4개의 팔이 있는데 원자번호 9번인 플루오린은(독일식 명칭으로 플루오르, F) 탄소와 단일결합을 할 수 있고 다양한 플루오린화 탄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탄소개수가 낮으면(4개 이하) 상온에서 기체 상태이고 강력한 온실가스가 되어 오존층을 파괴하지만 탄소개수가 많은 무거운 분자가되면 상온에서 액체된다. 그중 C10F18로 탄소개수가 10개인 퍼플루오로데칼린(perfluorodecaline, PFD)이 가장 산소 용해도가 높다고 한다. 브로리는 물속이 아닌 바로 이 퍼플루오로데칼린이 가득 담긴 수조에서 마스크 없이 숨쉬며 배양되었던 것이다!

 

 

사진3. 화학 교과서에 실린 퍼플루오로데칼린 속에서 숨쉬고 있는 쥐.

 

 

동영상1. 유투브에서도 볼 수 있는 쥐가 액체속에서 숨쉬는 영상.

 

 

사진4. The structure of the trans-perfluorodecalin molecule. 검은색이 탄소, 녹색이 플루오르다.

 

 

플루오린화 탄소가 물보다 산소를 더 많이 용해시킬수 있는 이유는?

아래 펍메드 논문에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있었다. 한 줄로 설명하자면, 플루오린화 탄소는 같은 부피의 물과 비교했을때 분자수가 훨씬 적고 분자들 사이 공간이 많아서 기체를 더 많이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Perfluorocarbon-based oxygen carriers: from physics to physiology

Developing biocompatible, synthetic oxygen carriers is a consistently challenging task that researchers have been pursuing for decades. Perfluorocarbons (PFC) are fascinating compounds with a huge capacity to dissolve gases, where the respiratory gases ...

www.ncbi.nlm.nih.gov

 

좀 더 설명하자면 이렇다. 탄소와 플루오린의 단일결합은 그 결합력이 매우 강하다(~484 kJ/mol). 플루오린은 2주기의 할로겐원소로서 원자의 반지름이 수소 원자의 두 배인데 비해 그 무게는 20배에 달한다. 양성자 개수보다 전자 1개만 더 있으면 더 안정적이게 되고, 앞선 이유 때문에 전자를 매우 강력하게 끌어당기는데 탄소와의 결합에서도 이 편중된 힘이 두 원자간의 결합을 아주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이다.

하지만, 퍼플루오로데칼린은 구조적으로 대칭적이여서 힘의 균형이 결국 분자자체를 무극성으로 만들고, 동시에 탄소-플루오린의 강력한 결합력이 분자 간 부피를 더 크게 만든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물보다 훨씬 무겁지만(물은 18 g/mol, PFD는 462 g/mol) 분자밀도는 훨씬 낮은(물은 55.4 mol/L, PFD는 4.2 mol/L) 성질을 갖게 되고 그 분자들의 넓은 공간으로 무극성인 산소분자를 가득 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계산해보면 1L의 물은 대략 997 g(= 18 g/mol x 55.4 mol/L) 이고 PFD는 1940 g(= 462 g/mol x 4.2 mol/L) 이여서 1L일 때 두 배정도 무게가 나가지만 같은 부피에서 분자의 개수는 물이 13배나 많이 들어있다.

논문에 따르면 25도에서 물은 1L당 6.3mL의 O2를 녹일 수 있지만 PFD는 403mL의 O2를 녹인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몸의 혈액은 1L당 200mL 정도의 산소를 용해시킨다고 하니 사실상 피보다 산소가 많이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사진5. (a) 퍼플루오로데칼린과 퍼플루오로옥틸브로마이드. (b) 탄소와 플루오린 결합에서 전자가 존재할 확률은 플루오린 근처가 압도적으로 높다. (c) 같은 부피의 물과 플루오린화탄소간 산소 용해 비교. 분자밀도가 낮은 플루오린화탄소쪽이 산소를 훨씬 많이 담을 수 있다.

 

 

궁금한점

  • 혈액이 PFD로 대체된다면 그 생명체는 분명 죽겠지만 기체교환의 목적만 가지고 봤을 때 헤모글로빈이 하는 역할을 확실히 대체 할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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