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도를 기다리며> 서평

Retyper 2022. 11. 24. 20:46

 

사진1. 기다리는 사람

 

 

대학생시절에 썼던 서평을 찾게되어 블로그에 올려본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잊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위키백과에 아주 상세하게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소개 되어있어 아래와 같이 옮겨 적어 본다.

 

등장인물

  • 블라디미르(디디) - 떠돌이, 고도를 기다린다.
  • 에스트라공(고고) - 떠돌이, 고도를 기다린다.
  • 포조 - 잔인한 지주
  • 럭키 - 포조의 노예, 끈에 묶여 포조에게 끌려다닌다.
  • 양치기 소년 - 고도의 심부름꾼, 고도의 소식을 전한다.

 

줄거리

  • 무대:길가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내의 이야기이다.

 

 


 

 

대화라기보다 혼잣말을 하고있는 듯 한

사뮈엘 베케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으면서 독특한 어투가 내가 어릴 적에 쓰던 글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어지는 대화들의 연관성보다 독립성이 더 부각되는 형태를 지닌 이 글을 보면서 누구의 말도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성서와 기독교의 수업을 통해 읽게 되었기에 초점을 성서를 옆에 둔 곳에서 서평을 전개하려 한다.

 

 

사진2. 대화를 하는 듯 한 두 남자

 

 

생각나는대로 쓴 글을 대화체로 바꾼 듯 한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는 얼핏 보기에도 무척 친해 보인다. 그들은 정확히 묘사되지 않은, 그저 나무한그루가 있는 곳에서 고도를 기다린다. 기다림 속에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그들은 대화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1막 앞부분에서 디디가 복음서 얘기를 꺼낸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릴 적 옆에 있던 두 도둑. 한 복음서(누가복음)에서는 그중 하나가 구원받음(영적인 구원)을 조명하였지만 그러면서 왜 나머지 세 복음서에서 둘 다 구원받지 못하는 이야기를 제쳐 놓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디디와 고고를 통해 현실에 대한 차디찬 감각을 작가는 드러내었다. 공허함과 무료함 속에서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인 듯 하면서도 때로는 한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행동하였고, 작가는 자신의 떠다니는 감정을 활자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미지근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희곡인데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사진3.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천장벽화. 아담과 절대자 사이의 가깝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간극이 인상적이다.

 

 

기독교적 시각에서 고도는 절대자?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에 대해서 살펴보면 이러하다. 작품 속 인물들의 말 속에서 모순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누구의 말도 쉽게 믿을 수 없지만, 두 사람은 고도에게 무언가 부탁한 것으로 나타나 있고 그것은 일종의 기도라고 하였다. , 그 부탁에 대해 고도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의논해 볼 것이라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고도에게 찾아가려는 적극적인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해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나는 이 고도가 신 혹은 선각자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 고도를 만나는 것 외에 모든 일은 결국 다 제자리로 돌아오고 만다.

 

 

사진4. 나귀와 주인.

 

 

당나귀쯤 될 줄 알았던 럭키

포조, 럭키와의 첫 만남에서 럭키를 막 대하는 포조에 대해 두 사람은 상대하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포조 앞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였고, 포조는 그들이 있는 땅이 내 땅이라고 하였다. 상징적으로 포조는 귀족이나 왕족 등의 권력층을 나타내고 아무 말 없이 순종하는 럭키는 노예에 해당된다. 처음에 나는 럭키가 사람이 아닌 동물인줄 알았다. 사람이라고 느껴 질만한 실마리가 바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조와 럭키, 디디와 고고를 번갈아 가면서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 보이지 않는 가치들의 상대성에대해 사색해 보게 만들고 있다.

 

 

사진5. 망자들의 대화인걸까?

 

 

어쩌면 죽은자들의 이야기

작가의 목소리와 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때로는 눈에 띄게, 때로는 희미하게 작품 전체에서 그려지고 있지만, 다시 봐도 이상한 이 대화들은 시간이 멈춰있는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그럴 듯 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하루가 지난 2막과 비교해서도 디디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어제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디디가 고도와 만난 적이 있다는 것으로 보아 고도와의 인연이, 그들이 있는 다른 세계에 대해 나타나지 않은 독립적인 공간에서 시간을 인지 한 채로 존재할 수 있다는 특별한 가치를 낳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마지막으로 심심한 평을 끝내면서 베케트에게 <눈 감은 채 걸어가는 나그네>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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